이경상 주교, 청년·청소년 6000여 명 만났다
이경상 주교가 6일 등촌1동성당에서 제17 강서지구 젊은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대교구 19개 지구 전체를 돌며 청소년·청년 신자 6000여 명을 만나 친교를 다진 대장정의 시간이 마무리됐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지역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 주교가 6개월에 걸쳐 세운 진기록이다.
지난해 10월 6일 제14지구 흑석동성당을 시작으로 4월 6일 제17지구 등촌1동성당까지. 이 주교는 각 지구 대표 성당을 찾아 청소년·청년 신자들과 공동체 미사를 봉헌했다. 젊은이가 많은 지구일수록 환영 열기가 뜨거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기쁜 얼굴로 목자를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은 모든 지구가 같았다. 미사 시작 1시간 전부터 성체조배를 하며 모범적 모습으로 하나 된 지구 젊은이들도 있었다.
매 미사에 이어 진행된 토크 콘서트는 젊은이 신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였다. ‘이웃집 큰아버지’같은 이 주교의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에 젊은이들은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너도나도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주교 목장을 신기해하던 젊은이들은 허락을 받아 직접 만져보는 귀한 경험도 했다.
‘주교님이 쓰는 모자(주케토)는 어떻게 머리에서 안 떨어지나요?’ ‘아침에 미사 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일찍 일어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주교님은 지금 삶이 행복하신가요?’ ‘고해성사에서 죄 지은 걸 들으면 신부님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나요?’
이 주교는 젊은이들의 성역 없는(?) 질문에 진솔하게 답하고, 신앙생활을 비롯한 여러 고민에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사는 게 너무 힘들다’는 청년에게는 “용기를 내줘 고맙다. 하느님께서 네 편”이라고 위로했고, ‘본당에 청년이 없다’는 탄식에는 “초대 교회와 박해를 견딘 한국 교회 모습을 떠올려보자”며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하느님 섭리를 믿자”고 당부했다. ‘강아지도 천국에 갈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천국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행복이 실현되는 곳이다. 네가 강아지와 함께하는 것이 행복하다면 강아지 역시 그곳에 있는 것이 맞다”고 대답했다.
이 주교가 6일 서울 등촌1동성당에서 받은 마지막 질문은 ‘저희 세대가 꼭 지키길 바라는,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요’였다. 이 주교는 “하느님께서 주신 인간 존엄성의 본질”이라며 “이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천부적인 가치”라고 역설했다.
토크 콘서트 때마다 이 주교는 손수 제작한 특별한 선물을 젊은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7,7)’를 재밌게 고친 “쫄지 마”가 적힌 키링(열쇠고리)이다. 이 주교는 “주님께서 언제나 든든한 ‘빽’이 돼주실 것”이라며 “나도 여러분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더 잘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주님과 친해지라”며 “그럼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 주교의 지구 순회는 ‘2025년 젊은이들의 희년 WYD 1004 프로젝트’ 차원이다. 2027 서울 WYD와 올해 희년을 맞아 7월 28일~8월 3일 로마에서 열리는 청년대회 준비작업으로, 주인공인 청소년·청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힘을 모으고자 기획됐다. 교구는 공동체 미사에 참여한 많은 젊은이들이 로마 청년대회 봉사자로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구 공동체 미사로 달아오른 WYD를 향한 열기는 성소 주일을 맞아 5월 10~1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일대에서 열리는 축제로 이어진다. WYD 분위기를 미리 맛보게 될 유스 페스티벌 ‘희희희’로, △성소 △선교 △WYD 등을 두루 체험할 수 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